현재 43개월인 저희 아이는 15개월까지 엄마 아빠도 하지 않는 무발화였다가, 24개월부터 언어 치료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38개월에 말이 트였고 39개월에 드디어 대학병원 언어 검사를 통해서 언어 지연 완치, 종결 판정을 받았는데요. 오늘은 아이의 언어 지연, 언어 치료 과정, 다녔던 센터 후기에 대해 포스팅하고자 합니다.
언어지연 의심 (출산 ~ 15개월)
36주, 조금 일찍 태어난 저희 아이는 10~11개월때 '아빠', '아빠빠빠' 를 시작으로, 울때뿐이긴 하지만 '엄~~마~~' 라며 비슷하게 발음도 하였기 때문에 큰 걱정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아빠, 엄마 소리는 사라졌으며 어어! 땨땨땨땨, 아껴! 등 의미 없는 옹알이만 하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옹알이조차 사라진 시기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눈맞춤, 호명반응, 포인팅 등은 문제가 없었고 미디어 노출도 일절 없었기 때문에 기다리면 다시 엄마, 아빠를 부를것이라고 기다렸지만 15개월까지 아이는 의미있는 엄마, 아빠를 포함한 어떤 단어도 내뱉지 못했습니다.
기다리다가 결국 집근처에 있는 발달센터를 방문하였지만 센터에서는 아이가 너무 어리기 때문에 20~22개월까지는 더 지켜보고 그래도 변화가 없으면 다시 오라고 하였고, 다른 비슷한 센터에서도 좀 더 기다렸다가 오라는 답변뿐이었습니다.
언어 발달이 대근육 발달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하던데, 걷는 것도 15개월에 겨우 걸었던 것을 봐서는 전반적으로 조금 느린 아기이구나 하고 생각했었습니다.
언어 발달 센터 알아보기 (16개월 ~ 23개월)
16개월이 되니 드디어 엄마를 불렀고 이제 말을 하려고 하는구나라며 말도 많이 해주고 좋아하는 책도 많이 읽어주며 지냈습니다. 19개월부터는 어린이집도 다녔네요.
다행히 말귀는 다 알아들었지만, 아이의 언어발달은 생각만큼 따라와주지 못했습니다.
두돌즈음에는 문장으로 말할 수 있어야됨에도 불구하고 엄마, 아빠정도가 할 수 있는 말의 전부였고, 이 시기에 여행을 갔었는데 여행가서는 안아, 일어나, 안녕까지 해주었지만 다시 여행에서 돌아오니 안아, 일어나, 안녕은 그마저도 사라졌습니다.
어린이집에서 달팽이를 보여줘도 달팽이다! 대신 말을 못하니 엄마, 아빠로 외치고... 이런 아이를 보니 이제 센터를 가야될때가 왔다고 판단했습니다.
집 근처부터 조금 먼 곳까지 둘러본 결과, 정부지원 바우처보다는 실손보험이 되는 병원 부설이 시설도 깔끔하고 비용 처리하기에도 편할 것 같아 분당 구미동에 소재한 준아동발달센터에서 치료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비용은 회당 35분 수업으로 8만원이지만 실손보험이 가능하기 때문에 만원대로 치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다른 아이와 다른 우리 아이만의 특성이 있다면, 말을 하거나 새로운 말을 시작할때 반응과 칭찬을 많이 해주었는데, 그게 우리 아이 기준에서는 과한 리액션으로 느껴졌는지 살짝 거부 반응이 있었습니다.
엄마 아빠가 평소 차분하고, 오바하는 스타일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또한 모방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엄마 아빠가 하는 작은 행동도 다 따라하는 둘째를 보다보니 첫째가 얼마나 모방을 좋아하지 않았는지 더 와닿게 되었고 이러한 특성은 더 언어발달을 지연시키는 요인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23개월에 처음 준아동발달센터에서 상담받고 시설 등 센터장님이 믿음직스러워보여 24개월부터 주 1회 정도로 치료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언어 발달 센터 적응 (24개월 ~ 31개월)
낯가림이 심했던 저희 아이는 치료실에 들어가면 얼음이 되었습니다. 분리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문제였고 부모가 아무리 옆에 있어도, 선생님이 아무리 친해지려고 다가가도 거부하였고 치료실 안에 있는 장난감 탐색하는 정도로 몇달이 흘러갔습니다.
그러다가 드디어 선생님과 친해져서 제대로 치료를 해보려고하니 아이가 아파서 한동안 센터에 못나간적도 꽤 있었고, 결정적으로 친해진 선생님이 2번 바뀌니 멘붕이...
치료 횟수도 2회~3회로 늘렸지만 아이의 치료가 산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낯가림 + 분리 어려움 + 짧은 치료시간 (35분) 등으로 약 7개월은 그냥 성과 없이 지나가 버렸습니다.
언어 발달 가속기 (32개월 ~ 37개월)
더 이상 센터만을 믿고 따라갈 수는 없다고 생각되어, 대학병원 재활의학과 진료도 다녀보았습니다. 서울 성모에서 32~34개월경 언어 검사를 받았었는데, 21~22개월 수준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받았습니다.
교수님도 언어센터를 다닌 기간을 고려하면 너무 느리다, 다만 수용언어와 인지 등은 또래보다 앞서고 있으니 소아정신과는 가지 않아도 되며 센터를 계속 다니라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대학병원에서 언어 치료를 받을 수도 있었지만 집과 거리가 멀기도 하고 현재로서는 센터 외에는 마땅한 대안도 없었기에 다시 기존의 센터를 계속 다녀보기로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센터에서는 새로운 선생님과 다시 라포가 형성되었는데요.
아이의 성향을 잘 캐치하시는 분이기도 했고 센터라는 공간도 이제 아이에게는 너무 익숙해져서 그런지 분리도 쉽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때부터 아이가 조금씩 모방을 시작하면서 언어 발달이 급속도로 성장했습니다.
선생님은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언어 자극 방법에 대해서 많이 알려주셨고 그런 것들을 할때마다 아이도 조금씩 따라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제는 센터에서도 이 곳은 자기가 말을 따라해야되는 곳을 알았던 것 같고, 치료 시간에는 선생님이 굳이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모방하기 시작했습니다.
센터 수업이 끝나면 아이가 좋아하는 센터 내 놀이실로 가서 놀아주었는데, 그 좁은 공간에서 두시간 넘게 놀았던 기억도 있습니다.
장난감도 특별한게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끊임없이 아이가 좋아할만한 상상놀이나 역할놀이를 하고 나면 진이 다 빠졌었네요...
하지만 유독 아이가 많이 아파 센터를 못간적도 꽤나 있었던 시기였지만 그래도 아이는 또래만큼은 아니어도, 조금씩 언어 발달이 되고 있다는게 느껴졌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언어지연 종결 (38개월)
38개월 되던 어느날 아이가 폐렴에 걸려서 대학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습니다. 어린이집에도 못가고 병원과 집에서 2주일 가량 저와 붙어 지냈습니다.
저와 집에 있던 어느 날, 아이가 말했습니다.
"엄마, 내가 엄마 많이 많이 사랑해"
그토록 아이에게서 듣고 싶었던 엄마 사랑해를 들었을 때의 감동이란...
그 말을 내뱉은 이후로 아이는 문장으로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더니 점차 말이 급속도로 늘어났고, 폐렴 완치후 다시 센터에 방문했을때 선생님도 아이의 갑작스런 발달에 많이 놀라셨는데요.
아무래도 그동안 여러 언어 자극들이 쌓이고 쌓여 엄마와 몇주 붙어 지내면서 한꺼번에 터졌던것 같습니다.
40개월에 대학병원 언어 검사가 다시 예정되어 있었으나 이 정도면 더이상 치료가 필요하지 않을거 같아서 검사 일정을 조금 당겨 39개월에 검사를 받고 언어지연 종결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언어발달센터에 다닌지 약 15개월만에 마지막으로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후련하게 센터를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오지 않을 것 같은 시간이 우리에게도 왔을때의 그 기쁨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가 좀 덜 아팠거나 마지막 선생님을 조금 더 일찍 만났더라면 더 일찍 졸업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이들 모두 다 자기만의 시간이 있다는 생각도 같이 들었습니다.
성과 없는 시간들 때문에 끝없는 터널을 걷는 기분일때도 있었고 왜 우리 아이만 늦을까 라는 생각을 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아이가 의학적으로 다른 큰 문제 없이, 표현언어만 느린 상황이라면 결국 기다리고 믿어주며 적절한 시기에 개입해준다면 아이는 결국 느린 걸음이지만 긴 터널을 지나 부모에게 온다라고... 마무리 하고 싶습니다.
저와 비슷한 상황을 겪고 계신 분들께 도움이 되는 글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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